종인아, 종인아, 그만하자 우리.그는 엉뚱한 위로로 이별을 고했다. 누구든 행복하겠지. 몇 달을 앓아오던 원고의 마지막 문장이 채워졌다. 나는 아닌 것 같아. 내게 지쳐있던 그는 지금 나와 다를까.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 담배로 손을 뻗었다가 그만두었다. 주머니 속 담배를 꺼냈다. 작은 불꽃, 끝이 타들어가고 있다. 끝 맺어진 문장이 어색하다. 더 수정하지 않고 컴퓨터를 껐다. 픽, 일일이 박혀있던 검은 활자들이 화면으로 번졌다. 수 없이 솎아냈던 글은 결국 어느 소설과 다름없이 진부해졌다. 우리의 끝도 소설과 같았다.
달력을 넘기고 멈춰진 시계의 바늘을 돌렸다. 짧아진 담배꽁초를 지져 불꽃을 꺼버렸다. 그래, 누구든 행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