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모브] 후회 조각
2015. 10. 21. 20:24모브의 방에서는 모브만의 향이 고스란히 있다. 평범한 책상과, 책들, 옷장 등을 침대에 누워서 눈으로 훑으며 생각했다. 머리를 받친 손가락을 까닥였다. 형, 나는 그랬어. 리츠는 눈을 감고 손가락을 들어, 조금 떨어진 책상 위, 펼쳐진 책을 덮었다.
나는 가끔, 형을
리츠의 까닥임은 멈췄다. 리츠는 모브의 방에서 눈을 감았다. 문득 솟아오른 후회같은 것들이 있다. 작은 의심에서부터 시작한 후회들은 마땅한 답을 찾을때까지 스스로를 괴롭히고, 비난한다. 리츠는 가끔 그런 후회를 했다.
나는 가끔, 형을.
형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후회를 해.
며칠 내내 같은 꿈을 꿨다. 형은 언제나 자신을 보고 있었으며 자신은 먼 곳의 모브를 보고 있었다. 달려도, 달려도 잡을 수 없고. 소리쳐도, 소리쳐도 형은 듣지 못한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멀어져 가는 꿈. 우리는 만나지 말았어야했어. 느리게 회전목마가 제자리에서 돌아간다. 우리는. 우리는,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모브가 멀어졌다. 리츠는 다시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여전히 시게오의 방, 시게오의 침대 위였다. 리츠는 머리 뒤로 받치고 있던 손을 풀어 눈 위로 올렸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손가락 하나 까닥힐 힘도 없이 한참을 누워있다가 곧 시게오가 돌아올 시간임을 깨닫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형, 우리가.
헝클어진 이불 모양새를 그대로 두었다.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리츠는 저것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리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덮여진 책의 커버를 조금 더 눈에 담다가 시게오의 방을 나섰다. 방문까지 조심히 닫은 후, 부엌으로 가 찬 우유를 투명한 유리잔에 따랐다. 유리 잔 안으로 흰 액체가 쏟아부어진다. 천천히 잔이 채워진다.
형, 우리가 만약.
리츠는 우유가 넘치지 않을 정도에서 따르던 것을 멈추었다. 우유가 담긴 컵을 마시지도 않고, 한참을 내려다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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