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쳐블 - 회전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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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츠레이리츠 같다.
2. 횡설수설 주의
3. 캐붕주의
4. 원작붕괴 주의
맴맴, 여름이 울었다. 햇빛이 창가를 덮었다. 손을 뻗어 햇빛을 담았다. 조그마한 손을 한 번, 선명한 녹색을 한 번, 시린 하늘을 한 번. 뒤를 돌아 교실을 한 번. 그리고 눈을 깜박였다. 조용했던 주위가 삽시간의 아이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종이쪼가리가 교실의 허공을 가르며 날아다녔다.
"레이겐 아라타카."
이름이 불렸다.
"레이겐."
모든 소음이 귀 안으로 먹혀들어갔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에 섰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선생님이 물었다. 몇몇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맴맴. 매미가 자꾸 울었다. 나는 책상 위의 작은 손을 보았다.
"그냥."
"그냥?"
"제가 크면 무엇이 될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멎었다. 이번엔 선생님이 웃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 물었다. 머릿속에선 자꾸 매미가 울었다.
"꿈을 꾼 것 같아서요."
작은 손 위로, 커다랬던 손의 기억이 있다. 어떤 꿈이냐는 질문을 할 것 같아서 "어른이 되는 꿈을 꿨어요."하고 덧붙여 답했다. 선생님도 더 웃지 않았다. 자리에 앉으라 이야기했다. 무겁던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실 지금이 꿈인지, 어른이 된게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손등을 꼬집었다. 어른이 되어도,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손등을 세게 꼬집었다. 아팠으면 좋겠다. 단지 꿈이었으면 좋겠다.
텔레비전을 켰다. 어머니가 손부터 씻으라 핀잔을 줬다. 나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수도꼭지를 돌린다. 찬물에 손을 갖다댔다. 비집고 나오는 땀을 소매로 대충 닦아냈다. 두 손 가득 찬물을 담아 얼굴에 끼얹는다. 어푸푸, 몇번이고 찬물로 얼굴을 문댔다. 코도 팽하고 풀었다. 종종 걸음으로 화장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엄마, 물이 차갑지 않아요.
"응?"
"나는 분명 찬 물로 세수를 했는데. 물이 차갑지 않아요."
"물이?"
"네, 수도꼭지가 고장났나봐요."
엄마는 무슨소리냐는 듯 웃었다. 얼굴을 수건에 묻었다. 목소리를 삼키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수도꼭지가 고장났나봐요. 다시 리모컨을 들었다. 이쯤이면 유리겔라가 하는 초능력쇼를 할 시간이다. 그는 몇번 얼굴을 우악스럽게 구기더니 금세 숟가락을 구부러뜨렸다. 나는 곧바로 일어서서 한참 저녁준비로 분주한 부엌에 갔다. 장국 간을 보다가 무엇이 부족한지 잠시 엄마가 자리를 비웠다. 나는 그 틈을 타, 남겨진 수저를 들었다. 눈알이 빠져라 수저를 노려보았다. 숟가락을 든 두 손 꽉 주먹을 쥐고, 그 주먹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숟가락을 구부러뜨리는 상상을 했다. 구부러져라, 구부러져라. 현관문이 열렸다. 엄마가 들어온다. 황급히 숟가락을 뒤로 숨겼다. 멎쩍은 웃음을 지으며 텔레비전 앞으로 가서 앉았다. 꿈이라서 그런가. 손에 쥔 숟가락을 내려다 본다. 난잡한 상이 비춰졌다. 괜히 우악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았으나, 여전히 숟가락은 그대로였다.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다 거짓말이야. 입을 비죽였다. 내가 어른이 되는 꿈을 꾸는 것도, 텔레비전 속 숟가락을 구부러뜨리는 아저씨도. 결국 다 거짓말일것이다. 저 아저씨도, 미래의 나도. 거짓말로 초능력을 쓰고 있다. 다른사람들과 특별한 존재인것마냥. 손에 힘을 풀었다. 손등위로 하나의 생채기가 색을 더하더니, 어느새 털도 비죽비죽 자라난다. 분홍 빛이었던 손가락의 끝이 단단해지고, 고사리같던 손가락은 길쭉하게 움텄다. 주먹을 두번 잼잼, 쥐어본다. 종아리 위에도 자라난 털들을 보다가, 손을 보다가, 꺼진 텔레비전 위로 비춰진 얼굴을 확인했다.
깜박 잠이 들었던건지, 지친 얼굴이 텔레비전의 까만 화면 위로 비춰진다. 마른 세수를 했다. 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날짜를 확인했다. 손 깍지를 껴 위로 기지개를 켰다. 전자파를 걱정하여 끄고 잤던 핸드폰을 손에 쥔다. 차가워진 핸드폰을 몇번 손 위로 문대다가 전원을 켰다. 동이 트고 있다. 이제 일어서서 하루를 준비할 참이다. 눈을 비비며 몸 여기저기를 긁어댔다. 에쿠보가 보면 더러운 아저씨같다며 놀렸을 것이지만, 나의 집에는 에쿠보가 없다. 좀비같은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칫솔에 치약을 짜서 입안으로 넣는다. 어깨를 펴고, 거울의 나를 본다. 그새 자라난 수염을 만진다. 어릴땐 귀여운 맛이라도 있던 것 같은데. 입안의 거품을 뱉는다. 물로 헹구며 다시 수염을 매만졌다.
그래도 이만하면 잘생겼지. 하는 감상을 하며.
어릴 때는 자꾸 헛된 꿈을 꿨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내가 조금 더 자랄시에는 아마 뭐가 되도, 엄청난 사람이 될것이라고. 공부도 열심히했고, 학교도 열심히 다녔다. 교우관계가 아쉽다는 이야기는 매해마다 있지만, 생활기록부에는 언제나 우수한 성적이라는 말이 덧붙여 있었다. 꽤 열심히 매달렸었다. 그 '초능력자'라는 꿈에. 집안에 어린아이의 매서운 눈총을 받지 않은 숟가락이 없을 정도로. 근데 그 우상이었던 '유리겔라'가 결국 사기로 판명되고나서 -물론 모가미 라는 진짜 초능력자도 있었지만- 나는 더이상 그 힘을 믿지 않도록 했다. 결국 거짓말이었으니, 나라고 못할 것은 아니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게오를 만났지. 양치를 끝내고 쉐이빙폼을 잔뜩 짜서 입주위로 덕지덕지 묻혔다. 면도기로 뺨 위의 거품을 조심스럽게 훔쳐낸다. 초등학생의 시게오를 만났을 때. 나는 짧게나마 그런 생각을 했다. 어른답지 못한 생각. '아, 저아이의 장래희망은 무엇일까.' 하며 유치한 생각을 잠깐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기에 금방 그 생각을 떨쳐냈다. 모든 거품을 훔쳐내고 찬물을 손에 담아, 얼굴로 끼얹는다. 앗차차, 차가운 물에 열심히 문댔던 뺨이 얼얼해졌다.
시게오에게는 동생이 있다, 리츠라고.
리츠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 비누를 여러번 손에 문대서 얼굴에 꼼꼼히 칠했다. 허연 얼굴을 구석 구석을 살피다가 다시 숙였다. 찬물이 쏟아진다. 시게오를 따라 리츠 역시, 초능력자가 되었다. 어린 아이들이다. 리츠가 초능력을 쓸 수 있다고 얘기하는 시게오에게 나는 또 한 번 어른답지 못한 생각을 했다. '내가 중학생때는 무슨 생각을 했더라.'하는. 그때 나는 숟가락을 노려보며 형이 되고자 했던 리츠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접었다. 찬물로 몇번이고 얼굴을 닦아냈다. 세면대를 짚고 거울 속, 어른이 된 레이겐을 마주한다.
"내가 중학생일 때는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했지."
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속눈썹위의 물방울들이 떨어져 수면위로 파동을 만든다. 커지는 동그라미를 보다가, 그 물들을 배수관으로 한번에 흘려보내버렸다. 한 손으로 물기를 대충 닦아냈다. 후우, 짧게 한숨을 쉬고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수건 안에서 웅얼이며 꿈 속의 말을 반복했다. 수도꼭지가 고장났나봐요.
사무실을 여는 것은 언제나 해왔던 일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환기를 시키고, 먼지를 쓸고, 바닥을 닦아내고 내 책상과 명패를 걸레로 닦아낸다. 햇볕이 책상 위로 쏟아지면, 컴퓨터를 켠다. 몇몇 심령사진 의뢰가 메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시게오가 오기 전까지 대강의 일을 처리한다. 손님을 받고, 마사지를 하거나, 상담을 해주거나, 우스꽝스럽게 소금을 뿌렸다. "악령은 제령되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지고, 나는 그들이 나간 후 사무실을 정리했다.
모브의 하교시간이다. 때의 맞춰 문자메세지를 보내놓는다. 예약했던 제령손님이 찾아오고, 시게오와 리츠도 때마침 사무실로 들어섰다. 시게오는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여 나는 보이지도 않던 령들을 제령한다. "스승님, 오늘은 제가 숙제가 있어서요. 리츠가 오늘 일을 도와준다고 같이 왔어요. 리츠도 이제 령을 제령할 수 있거든요." 시게오는 기쁘게 이야기했다. 리츠의 매서운 눈이 날 향했다.
"아, 그래. 그토록 갖고 싶었던 초능력 갖게된거 축하해, 리츠."
최대한 옹졸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부러 몸을 바삐 움직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별로."
"왜그러냐, 리츠. 너 나랑 있을 때에도 숟가락을 몇번이고……."
"별로라고."
짧은 리츠의 대답으로 인해서 사무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상황을 모르는 시게오의 연필소리가 사각이며 소리의 틈을 채웠다. 에쿠보가 모습을 보였다. "리츠, 뭐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에쿠보는 내 눈치를 살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한 번 들었다가 놓았다. 리츠는 뭐에 분이 난것인지 신경질스레 시게오의 앞으로 가 앉았다.
"너나, 형이나 왜그러는거야."
분명 내가 시게오보다 나이가 많은데 리츠는 시게오는 형이라 하면서, 시게오의 스승인 나에게는 '너'라는 호칭을 썼다. 몇번 고쳐주려고 하다가도 그러다 말겠거니 하고 말았는데, 리츠는 꾸준히 나를 '너', 혹은 '아저씨'라 부르고는 했다. 에쿠보가 리츠의 근처에서 맴돌았다. "리츠, 뭐 안 좋은 일 있어?" 나에게와 다르게 리츠에게는 상냥한 말투에 절로 썩은 표정이 나왔다. 에쿠보는 무슨 문제 있냐며 뻔뻔스럽게 리츠 곁을 맴돌았다. 나는 신경쓰지 않도록하고 내 자리에 앉아, 하던 작업을 마저 하기 위해 포토샵을 켰다. 맴맴, 자꾸 매미가 울었다.
"아저씨, 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거냐고."
리츠의 목소리에 작업을 하던 창 너머로 리츠와 눈을 맞췄다. 리츠는 단단히 화가난 눈매였다. 아니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하였단 말인가. 억울한 마음이 자꾸 차올랐지만, 아양을 떨며 주위를 맴도는 에쿠보를 봐서라도 애써 어른의 미소를 지었다. "무슨일 있어, 리츠?" 리츠는 그럼에도 매서운 눈을 풀치도 않고, 어린애같지도 않은 목소리로 덧붙여 화를 냈다.
"웃음이 나오냐고, 너는."
그 말에 또 화가 차올라, 그럼 내가 어찌해야하는지를 따져 물으려다, 그것은 또 어른답지 않다는 생각에.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맴맴. 자꾸 매미가 시끄럽게 울었다. 창문을 닫으려고 손을 뻗었다. 길쭉하니 못생겼던 손이 다시 작아져있다. 굳은 살은 사라지고, 다시 분홍빛의 손끝으로 돌아왔다. 손으로 잼잼, 주먹을 쥐었다가 펴다가 모니터의 얼굴을 본다. 아, 또 어려졌다. 눈을 감았다. 어느새 조용하던 사무실은 교실의 아이들 소리로 메워졌다. 눈을 떴을 땐, 지금의 리츠가 눈 앞에 있었다. 시끄러운 아이들 틈에서도 올곧이 서서, 내게 외쳤다.
"너, 왜 아무렇지 않은 척 해."
"내가 뭘."
"부럽잖아, 내가. 아니야?
매미가 자꾸 운다, 어른과 아이를 반복하는 긴 꿈 속에서 진절머리가 나서 한숨을 길게 쉬었다.
"리츠, 너는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초능력자가 되었네, 축하해."
리츠의 얼굴이 텔레비전 속 유리겔라만큼, 숟가락에 비춰졌던 나의 얼굴만큼 구겨졌다.
"나는 어른이야, 너보다 가진 것이 많지."
어릴 때, 회전목마의 말에 대해 엄마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말은 왜 한 곳만 보고 달리냐, 열심히 달렸는데 왜 결국 제자리에 내려주는 것이냐. 하는 물음이었다. 어릴 때 나는 아마 회전목마의 말이 초능력을 부려서 하늘이라도 날아가기를 바랬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그때 그냥 웃었다. 그래서 나도 그 질문의 답을 영영 몰랐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이것은 말이 아니고 거짓말이기에 날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츠는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주 조금, 너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하는 투정이 어려서 그런지 귀여웠다. 물론, 나를 너라고 칭하는 것은 여전히 귀엽지 않지만. 회전목마는 자꾸 달렸다. 매미소리를 안고, 내려갔다가, 또 천천히 올라선다. 그렇지만 결국 날지는 못한다. 나는 나는 말을 갖지 못했으니, 회전목마를 탄다. 어린 날의 나로 돌아가도, 다시 어른이 된 나로 돌아가도. 나는 영영 말을 타고 날 수 없다. 근데 너는, 리츠는, 시게오는. 애초에 나는 말을 갖고 있다. 멋있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그 모습을 부럽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렸을 때의 나일 뿐이야.
"어른이 된 나는, 너보다 아는게 많고, 잘생겼지."
"……."
"아마도, 그건 어른이 된 너보다 괜찮은 사람일거라 자부해."
"……."
리츠, 나는 어른이야.
여전히 어린 리츠 위로 어린 손이 내려앉았으나, 눈을 한 번 깜박이면 그 손은 커다래져있다. 시끄러웠던 교실은 다시 조용한 사무실이 된다. 리츠는 분에 못이겨 씩씩대고 있었다. 나는 그 머리 위로 커다래진 손을 올린다. 아직 어렸다. 나 역시 이 맘때쯤 고민이 많은 나이였으니 리츠 역시 수없이 자신을 다그치고, 구부려지지 않는 숟가락을 노려보고, 어린 자신을 보다가 또 커다란 자신을 상상했겠지. 돌고도는 회전목마 속에서. 몇번의 좌절과 희망 속에서 방황했을 것이다. "그럴 나이야. 괜찮아. 나도 그랬어." 커다래진 손으로 리츠를 토닥였다.
금세 눈물진 눈빛을 지우더니 내 손을 끌어내린다.
이게 무슨 글이지 씨팔 존나 횡설수설인데 일단 썼으니까 된게 아닐까 시팔 나는 대체 뭘 쓰고 싶었던걸까 이 똥글이 리츠레이라나ㅣ뭐라낳 ㅎㅎㅎㅎㅎㅎ 핳핳ㅎ핳ㅎ핳 캐붕보소 와장창 깨자창창ㅇㅇㅊ앛ㅊㅊㅇ 깨지나칭칭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