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모브] 산하엽조각
2016. 2. 2. 10:35모브는 뻗었던 손을 걷었다.
빗방울은 끊임없이 모브의 어깨를 두드렸다. 눈 앞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꽃잎을 센다. 둘, 하나. 하나. 모브는 고개를 숙였다. 빗방울을 목덜미를 타고 들어와, 모브의 교복 안쪽까지 적셔왔다.
하나, 하나. 하나
모브는 몇번이고 수를 세었다. 상실에 젖은채, 시선은 텅 빈 채, 모브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쪼그려 앉아, 사라진 꽃잎을 손에 쥐고 나지막히 불렀다.
"에쿠보."
모브는 손을 펼쳤다. 모브의 손 위로는 그 어떤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모브는 투명해진 꽃잎을 바람으로 보냈다. 옅은 바람의 길을 따라, 투명해진 꽃잎은 묘비 위로 내려앉았다. 모브는 자신이 울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비에 젖어 모습을 잃은 꽃잎처럼. 제 눈물에 젖어 에쿠보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모브는 생각했다. 빗줄기가 무거워졌다. 무른 흙 위로 구멍이 하나 둘 생겼다. 모브는 제 머리 위로 내리는 빗줄기를 느끼며, 그 파여진 흔적을 세었다.
둘, 하나. 하나.
하나, 또 하나.
하나.
에쿠보, 이것 봐. 꽃잎이 둘, 꽃잎이 하나. 저마다 이별의 순간은 있다. 라고. 레이겐은 모브에게 이야기했다. 모브는 그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라고도 덧붙였다. "이 별은 시시하니까 네게 이 세상을 줄게." 라며 에쿠보가 그랬다.
모브는 생애 첫 이별을 견디며 생각했다. 아, 시간이 지나면. 그래,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공허한 마음을 문지르며, 꽃잎을 세며,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제 세상의 일부를 세어가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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